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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생회 입장문] 등록금 반환 요구에 침묵하는 학교본부에 묻는다

  • 관리자 (gradyonsei2)
  • 2020-06-10 16: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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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58대 대학원 총학생회입니다. 
최근 서강대학교 대학원 신문사에 기고한 글을 원우 여러분께 공유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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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반환 요구에 침묵하는 학교본부에 묻는다
 

- 연세대학교 제58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너울’

 


[코로나19가 되새긴 우리의 일상]
 

코로나19가 불러온 일상의 변화도 어느덧 익숙해졌다. 아침마다 마스크를 챙기고, 집 밖으로 나와 모두가 마스크를 쓴 지하철을 타는 일이 하루의 첫 일과가 됐다. 재난지원금 카드로 물건을 결제하고, 학교가 아닌 집에서 비대면 강의를 듣는다. 생소한 일상에 적응해 나가는 사이, 우리가 새로이 알게 된 사실들이 있다.
 

동네 가게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는 것을 보며 비로소 ‘자영업의 위기’를 실감했고, 확진자 98명이 나오며 한때 수도권 최대 집단감염지가 되었던 구로구의 한 콜센터를 통해서는 ‘사회적 거리두기’조차 어렵게 만드는 열악한 노동환경의 실태를 알게 되었다. ‘재난 상황’이 닥치기 전부터 누군가의 일상은 이미 위기였던 것이다. 세계로 눈을 돌려봐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인종이 섞인 미국에서 흑인의 사망률이 가장 높았고, 스웨덴의 '집단면역' 실험이 노인들의 희생을 불러왔던 것처럼. 생각해 보면 이 모두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었던 것들이다. 동시에,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대부분이 관심 갖지 않았을 이야기다.
 

우리가 속한 대학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코로나19와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다. 대학사회 안에서 중요한 결정이 누구에 의해 이루어지며, 그 과정에서 학생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되는지. 학교본부가 교육의 질과 학생의 권익을 위해 무엇을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그리고 코로나19를 맞은 지금, 이 해묵은 문제들은 우리 눈앞에 더욱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그렇기에 코로나19 사태를 해결하는 것만큼이나 그 해결의 방식도 우리에게는 중요하다. 위기의 ‘극복’이 겉으로 드러난 문제를 어떻게든 모면하고 이전 모습으로 ‘회귀’하는 것이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 명의 학생으로서, 또한 학생들을 대표하는 학생회의 일원으로서 학교본부에 묻는다. 코로나19로 인해 수면 위로 떠오른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 그 해결의 과정에서 학생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묻는다.
 

- 먼저, 비대면 강의로 인해 필연적으로 강의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 학교본부는 그에 대한 대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있는가? 
- 조교나 연구원과 같이 여전히 학교에 ‘나와야만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방역지침이 마련되었고, 공지되었는가? 비대면 강의로 인해 추가된 실무(강의 촬영, 편집, 업로드 등)나 기존의 대면 업무가 비대면 업무로 바뀌면서 겪는 혼란에 대해 학교본부가 대책을 제공했는가, 아니면 모든 책임이 개인의 몫이 되었는가? 또한 업무량의 증가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졌는가? 
- 연구실, 행정실과 같이 대학원생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공간에 대한 방역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일회적인가, 주기적인가? 방역이 된 장소는 어디이고, 그렇지 않은 장소는 어디인가? 연구실에 소독제와 같은 방역물품 구비 여부가 조사되고, 지급되었는가? 
- 마지막으로, 이 모든 사항에 대해 알아야 할 권리가 있는 학생들에게 적절한 시점에 정보를 제공했는가?

 

학생은 이러한 모든 문제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제공받는 것은 물론, 그 이유와 배경에 대해 들을 권리가 있다. 동시에, 이는 대학의 운영주체로서 학교본부가 지켜야 할 당연한 의무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 내내 연세대학교 본부가 납득할 수 있고 명쾌한 답을 내놓은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대학원 총학생회가 먼저 나서서 연구실 방역을 요청했고, 대학원 총학생회의 재정으로 연구실에 손소독제를 배부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지금이라도 학교본부는 운영주체로서 책임을 다하고, 학생들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
 

 

[등록금 요구는 갑작스러운 불길이 아니다]
 

앞에서 한 가지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최근 대학사회 바깥에서도 거세게 불고 있는 ‘등록금 반환’에 관한 요구이다. 지난 3월부터 여러 대학의 학생회를 비롯하여 코로나 대학생 119, 반값등록금국민운동본부 등의 단체에서 대학과 교육부를 대상으로 기자회견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후 잠시 잦아드는 듯 했지만, 여러 기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꾸준히 국민 대다수가 등록금 반환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이에 등록금 반환은 교육부는 물론, 여야 국회의원들이 논의하는 의제로까지 확산되었다.
 

이 사태를 지켜보는 학교본부는 어떤 심정일까. 어쩌면 학생들의 분노가 이해가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학교본부의 주장에 따르면 전기요금, 수도요금 등의 고정비용은 그대로 나간다고 하니… 그 전에, 학교본부의 주장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점을 먼저 고백해야겠다. 몇 개의 기사에서 ‘서울 소재 S대학 관계자’와 같은 익명의 발언을 읽은 게 전부다. 학교본부가 등록금 반환 요구에 단 한 번도 공식 입장을 발표한 적이 없으니 말이다. 코로나19에 관한 학교본부의 입장을 속 시원히 들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이제 6월이 다가왔다. 아직까지 아무 입장이 없는 것을 보면, 학교는 이 사태가 어서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듯하다. 학내에 큰 이슈가 있을 때마다 학교가 보여 왔던 태도는 늘 그러했다.
 

학교본부는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어떤 재정적 피해가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도 먼저 밝히지 않고 있다. 이는 학교본부가 등록금에 대해 보여 왔던 태도와 일맥상통한다. 매년 대학정보공시센터에 공시되는 ‘등록금 산정근거’ 자료에는 학생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는 명목과는 달리, 명확한 산출근거가 나타나 있지 않으며 항목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적은 것이 전부다. 예·결산서의 지출내역 또한 구체적이지 않으며, 대학원과 학부의 구분조차 없이 작성되고 있다. 결국 등록금이 얼마인지는 말하면서, 왜 그렇게 책정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 셈이다.
 

가령 “시설유지보수를 위한 운영비”의 세부항목은 “긴축예산 편성에 따른 시설유지보수비 감소”라는 설명이 전부이다. “관리 및 운영을 위한 운영비”, “홍보 및 교육을 위한 운영비”에는 공통적으로 “사업심의를 통한 핵심사업 선택 방식으로 운영비 최소화”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이런 자료를 읽었다 해도,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학생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납득 가능한 수치와 기준을 제시하라는 것이 지나친 요구인가?
 

더욱 놀라운 점은, 아예 기준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학교본부의 입장이 그러하다. 최근 연세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가 기획처 예산팀과 면담을 갖고 ‘등록금 산정근거’ 자료에 누락된 정보의 제공을 요구했을 때, 돌아온 것은 ‘구체적인 등록금 산정 기준을 공개하기 어렵다’는 답변이었다. 등록금을 정하는 별도의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정해진 등록금에 물가 상승률 등의 고려 요인을 반영하여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본부는 등록금이 지금의 금액으로 책정된 이유를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최근의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학교도 힘들다’는 말에 신뢰가 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애초에 등록금이 어떻게 책정되고, 어떻게 쓰이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구체적인 수치 없이 ‘등록금 반환은 불가하다’는 입장만 고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이 정말로 알아야 할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인 주장을 반복하는 것을 ‘대화’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기에 학생의 신뢰를 잃은 것은 학교가 자초한 일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번 학기 연세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에서 진행한 두 건의 설문조사 역시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지난 3월 25일부터 4월 3일까지 본교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1학기 등록금 반환 설문’(총 2,051명 참여) 결과, 응답자의 92%가 ‘등록금을 부분적으로 반환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 이유로는 ①학내 시설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며(74%) ②온라인 강의 진행으로 인해 수업의 질이 현격히 낮아졌고(64%) ③학기가 16주에서 15주로 단축되었다는 점(58%), ④실습수업이 이루어지지 않는 점(27%) 등이 꼽혔다.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등록금 반환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 역시 94%로 상당히 높았다.


이는 지난 5월 11일부터 5월 22일까지 실시된 ‘2020-1 대학원생 실태조사’(총 786명 참여)의 결과와 맞닿아있다. 설문 결과, 65%가 ‘현재 등록금 수준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응답했으며, 그 이유로는 ①등록금에 비해 개설된 수업이 적거나 만족도가 떨어진다(71%), ②등록금에 비해 연구 공간 및 시설이 불충분하다(65%), ③등록금에 비해 지도교수로부터 충분한 지도를 받지 못하고 있다(35%) 등을 꼽았다.

 
아울러, ‘등록금 문제를 공론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80%, ‘등록금 책정 근거와 실제 사용 내역이 학생들에게 공개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91%에 달했다. 자연히 대학원생의 경제적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장학금 확충(66%)과 함께 등록금 인하(65%)가 가장 높은 답변으로 나타났다. 

 

서로 다른 두 설문조사에 나타난 응답에서 높은 일관성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코로나19로 인해 터져 나온 불만의 상당수는 대학원생들이 이미 학교생활을 통해 느끼고 있던 것들이라는 것이다. 한 번 더 짚어야 할 사실은, ‘2020-1 대학원생 실태조사’가 코로나19와 무관하게 대학원 전반에 관해 물은 조사였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학생들이 해결을 요구하는 지점은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불편이 아니라, 학교가 학생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등록금이 책정되는 방식과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기존 대학사회의 구조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묵은 불만이 더욱 거세게 터져 나왔을 뿐이다. 만약 학교본부가 학생들의 요구를 단순히 '이 기회에 등록금을 환불해 달라'는 것으로만 해석한다면, 그래서 그 요구가 잦아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면, 잘못된 판단이다. 

 


[이제 모두가 알지만, 누구도 말하지 않았던 문제를 바꿔나갈 때]
 

‘코로나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말을 많이들 한다. 이 말이 대학사회 바깥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대학사회에서도 코로나19가 이미 우리 곁에 있었던 문제를 돌아보고, 이제라도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코로나19가 세계를 강타하기 몇 달 전이었던 12월, 대학원 총학생회 선거를 준비하며 이 문구를 정책 자료집에 적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았던 학내의 여러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던 문제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사태는 한편으로 새로운 대학사회를 만들어나갈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연세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연세대학교 본부에 요구한다.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교육부와의 협의를 포함한 관련 대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것을 요구한다. 코로나19로 변동된 지출 내역과, 기존의 등록금 책정 근거를 구체적으로 밝힐 것을 요구한다. 학생대표자를 포함한 등록금 재책정 논의 테이블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마지막으로, 학생을 학사일정과 등록금을 통보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태도를 버리고, 등록금이 책정되는 방식과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대학사회의 구조를 학생과 함께 개혁해 나갈 것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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